우리 경제에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그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2011년 성장률 은 3% 초반이었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그보다 1% 이상 높은 4.4%를 기록했다. 저성장과 고물가라는 이중고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리 경제를 덮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초기 단계이므로 비교적 가볍게 치유할 수 있다. 그렇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좀 더 진전될 경우에는 치유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경기가 하강하고, 경기를 부양하려면 물가가 불안해지는 진퇴양난의 늪에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1970년대에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10년 이상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야 했다.
다행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므로 물가 불안만 해소하면 본격적인 스태그 플레이션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물가 불안은 환율정책으로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공격적인 환율방어만 하지 않으면 경상수지 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므로 환율은 떨어질 것이고, 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원자재가격이 하락할 것이며, 물가도 안정될 것이다.
혹시 이명박 정권처럼 행정력을 동원하여 물가를 강력하게 억제하면 물 가불 안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행정력을 동원하여 물가를 안정시킨 사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물가통제는 자원 배분의 왜곡과 시장기능 의 왜곡을 부름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심각한 물가 불안을 불러온 다. 오히려 물가통제를 풀어서 물가 불안을 성공적으로 해소한 사례는 여럿이다.
그린스펀은 <격동의 시대》에서 역사적 사례를 통해 가격통제가 아니라 가격자유화가 물가를 잡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사실 가격통제가 물가를 잡기는커녕 오히려 시장만 왜곡시킨 사례는 수없이 많다.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제1차 석유파동이 터졌을 때 에는 휘발유 가격을 통제함으로써 주유소에 수많은 차가 줄을 지어 기다려 야 했을 정도였다. 그린스펀은 이것을 최악의 정책실패 사례로 손꼽았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례는 더 주목할 만하다. 해방 직후부터 물가를 직접 통제하고 배급제까지 실시했음에도 국민은 물가 불안에서 단 하루도 자유롭지 못했으며, 이것은 1950년대 후반까지 지속되었다. 가격통제가 10년 이상 계속되었지만 물가불안을 끝내 잡지 못했던 것이다. 1957년부터 화폐발행을 통제하고, 재정적자를 과감하게 줄인 뒤부터, 그리고 가격통제를 부분적이나마 완화해 간 뒤부터 물가가 비로소 안정되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직접 경험했음에도 우리나라 정책당국은 물가불안이 나타나기만 하면 언제나 직접적인 가격통제 방식을 들고 나오곤 했다. 그렇지만 이런 정책은 물가불안을 더 오래 지속시킨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경영수지를 악화시켜 더 심각한 경제난까지 부르기도 했다. 또한 부동산투기 바람이 불 때마다 여러 차례 분양가를 통제하곤 했지만, 단 한 번도 부동산투기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이것이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일으킴으로써 또 다른 부동산투기를 예비하곤 했다.
완벽하게 은페된 국가부채문제
다음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난제는 국가부채다. 가계부채가 국가적 현안처럼 믿어지는 바람에 국가부채의 심각성은 거의 완벽하게 은폐되어 있어서 더욱 심각하다. 사실 가계부채비율은 70%에 불과하여 심각하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세계사적으로 보더라도 가계부채가 경제적 파국을 부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가계부 채비율은 높다.
대표적으로 스위스의 가계부채비율은 GDP의 110%를 넘어섰지만 경제 적 파국이 터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이런 사실을 이명박 정권이 모를 리 없다. 경제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가부채의 심각성을 은폐하기 위해 가계부채문제를 부각시킨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고의적인 은폐가 이뤄졌다면 이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사태의 은폐는 신속한 정책적 대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은폐된 채 비대해진 국가부채는 장차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다. 중앙정부의 부채만 따져도 400조 원에 달하고, 금융 공기업을 제외한 공기업의 부채도 450조 원에 이르며, 지방정부와 지방공기업의 부채도 300조 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부채가 GDP 의 100%를 넘어선 셈이다. 여기에 정부 위임업무를 수행하는 정부 산하기 관과 금융공기업 그리고 장차 더 커질 것이 뻔한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의 적자까지 포함한다면 국가부채는 이미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참여정부 때까지만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던 국가부채가 현 정부 들어 단기에 크게 늘어나면서 그 속도와 더불어 절대수준액에서도 문제가 심각 해졌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과도한 국가부채는 정권 혹은 왕조의 몰락을 불렀고 심지어 국가를 폐망시키기도 했다. 그런 사례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설령 국가적 파국은 면했다고 하더라도 초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었고, 장기간의 경제난을 견뎌야 했다. 그럼 타개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재정지출을 대폭 줄여서 국가부채를 감축시키는 것이다. 재정지출을 감축하면 한정된 국가자원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분야에서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이동함으로써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향상되는 효과까지 나타낸다. 그러면 경기는 장기간 호조로 전환될 터전이 마련될 것이고, 세 수도 크게 증가함으로써 국가부채의 부담도 크게 완화될 것이다.
끝으로 복지만능풍조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난제다. 2012년은 국회 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여야를 불문하고 국민의 지지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복지는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다. 돈을 잘 쓰기 위해서는 돈을 잘 벌어야 한다.
돈을 벌 수단은 마련하지 않고, 돈을 잘 쓰는 목적에만 치중하면 당연히 파산하고 만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복지라는 목적은 성장이라는 수단의 뒷받침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세계사적으로 보더라도 성장의 뒷받침을 받지 못한 복지는 파국적인 경제난을 부르곤 했다. 1960~70년대의 미국과 영국은 성장률이 떨어지면 서 복지를 뒷받침하지 못하자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들었다. 1980 년대 말의 스웨덴과 핀란드 역시 파국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대대적으로 개혁한 뒤에야 비로소 경제를 살려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