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사람이 시간과 공간을 관통해서 18세기 말의 영국이나 20세기 초의 일본, 현대 미국으로 가서 세계를 관찰하고 비교할 수 있다면, 아마 이 세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두드러진 차이점이 그 어떤 유사성보다도 훨씬 더 중요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여러 커다란 차이점이 있지만 세 사회의 토대를 형 성하는 경제 체제의 본질은 동일하다. 세 사회 모두 자본주의 경제 체제다.
다양한 문화를 지닌 이 사회 체제들의 경제적 유사성을 파악하고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발전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도 자본주의 경제의 본질적인 특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경제에 항상 존재하는 세 가지 본질적인 특징으로 정의된다. 첫째는 어디에서나 금전적 거래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살아가는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구나 돈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고 필요한 물건을 얻을 수 있다. 그저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사면 된다. 둘째, 자본주의에는 언제나 적어도 네 가지 사회경제 계급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부유한 자본가 계급, 소규모 자영업자와 독립 전문직 계급, 노동 계급,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에 의존해 살아가거나 절도와 성매매 등 닥치는 대로 벌어 먹고사는 빈곤 계급. 그리고 셋째,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누가, 누구를 위해 생산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모두 이윤 추구에 따라 결정된다.
자본주의의 첫 번째 특징, 곧 시장 교환의 보편성은 인간들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냉정하고 비인격적으로 변화시킨다. 각 개인은 많은 사람의 생산적 노력에 의존해야 하며, 거꾸로 많은 사람은 한 개인이 자기가 맡은 생산 기능을 수행하는 데 의존한다. 그러나 이런 상호 의존은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인간적 연결이 아니라, 단지 시장에서 상품을 사는 돈에 각 개인이 의존하는 것으로 경험될 뿐이다.
두 번째 특징인 자본주의의 계급 구조에 따르면, 생산 자원(천연자원, 도 구, 기계, 공장 등)의 소유와 통제권을 노동자와 분리해야 한다. 생산 자원을 이용해서 사회의 요구와 필요를 충족시키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노동자들이 이 자원의 소유와 통제에서 분리되는 것이다. 자본가 계급은 생산 자원을 충분히 소유한 개인들로 구성된다. 이런 소유에서 얻는 소득(이자, 주식 배당금, 지대, 이윤 같은 형태를 띤다) 덕분에 개인적으로 얼마나 생산적으로 삶을 보내느냐 하는 것과 상관없이 일정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노동 계급은 생산 자원을 손에 넣거나 소유할 방법이 전혀 없다. 이 계급의 사람들이 빈곤 계급으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노동력에 관한 통제권을 파는(곧 일자리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자본가 계급과 노동 계급 사이에는 소규모 자영업자와 독립 전문직으로 구성된 중간 계급이 있다. 이 계급의 사람들은 일정한 생산 자원을 소유하고 통제하며 이런 소유권을 통해 금전 적 수입을 얻는다. 그러나 중간 계급의 소유권은 자본가들처럼 노동의 의무를 면제받을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 소규모 자영업자와 독립 전문직은 생활을 꾸려가려고 일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느 자본주의 사회든 최하층 계급은 변변한 재산이 전혀 없고 여러 이유에서 노동력을 팔 수도 없는 빈곤 계급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유에서 나오는 소득과 노동자가 받는 임금만이 사회적으로 인정할 만한 유일한 소득원으로 여겨진다. 생활을 꾸려 가려는 빈곤 계급은 복지나 자선, 또는 반합법적이거나 불법적인 활동의 결 과물처럼 '인정받기 힘든' 소득원에 의존해야 한다. 이 계급의 구성원들은 사회적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재산이 없는 사람은 누구나 노동 조건과 임금이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일자리를 지키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다.
세 번째 특징, 곧 이윤 추구를 통한 자원의 배분은 자본주의에 존재하는 사회경제 계급들의 성격에서 나온다. 모든 생산 자원은 자본가 계급과 중간 계급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자본가 계급은 대기업을 지배하고 중간 계급은 소규모 기업을 지배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노력은 거의 모두 이런 사업체에 고용된 임금 소득자를 통해 진행된다. 노동자를 고용 하는 동기는 단순하다. 노동자가 임금이라는 형태로 기업에 안기는 비용보다 기업을 위해 만들어주는 가치가 더 크면 이 노동자는 고용될 것이다. 자본가의 이윤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고용하는 유일한 이유다. 그러므로 어떤 노동자가 어떤 상품을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인간적, 사회적, 개인적 요구에 관한 평가가 아니라 오로지 자본가의 수익성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사회적 요구와 수익성이 언제나 상충한다고 가정할 이유는 없으며, 또한 두 기준이 항상 조화할 것이라고 가정할 까닭도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는 이 둘이 상충할 때 인간적 요구가 아니라 이윤이 생산을 결정한다.